영녕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서운은 그것이 목숨을 다해 서로의 목적을 같이하는, 삶을 함께하는 약속이라고 요약했지만 영녕은 그렇게만 생각할 수 없었다. 수호의 약속이든 목숨의 약속이든 화인은 상당히 일방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를테면 수호의 화인을 맺은 두 사람의 신변에 각각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운은 일영을 따라 숨을 거두게 되지만 반...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드는 공이라면 말할 수가 없어 물레를 돌려 실을 잣고 삶고 그 실을 가지고 또다시 옷감을 짜고 그리고 자르고 수 놓고 꿰매면서 몇 날 몇 달을 걸려서 만드는 그런 옷들은 공주님이 공주님의 시녀에게, 공주님의 시녀를 한 백작 부인이 다시 자기 시녀에게, 양갓집의 아가씨가 다시 자기 하녀에게 물려주고 물려주면서 비싼 단추가 뜯어져 나가고...
호리화난은 진을 치는 것에도 마찬가지로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았으나 포를 쏠 때만큼 적극적으로 그들을 방해하지도 않았다. 대대의 움직임을 말리지도 않고 인솔한 대로 가만히 머무르는 주술사 일행의 행태는 마치 그들을 감시라도 하겠다는 것만 같았다. "저들이 협조해 준다면 좋을 텐데……." 불만을 가지는 병사들도 있었으나 서운은 그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시비를 거...
겨우 2월이 되었을 뿐인데 여덞 달 동안 사랑하겠다던 네싼타는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소문이 돌고 배신당한 마을의 처녀 룹빠산다는 아이들을 모아 사랑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겠다며 바다 절벽 아래로 떠났습니다. 바다에서 소금 바람을 맞으며 자란다는 흰제비꽃은 들에 피는 제비꽃과 다르게 사랑을 깨뜨리고 마음을 닫아 준다면서 일곱 명의 아이들과 세 바구니의 흰제비꽃...
"포를 쓰면 어떻겠습니까? 이전부터 내려오기로 포에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 하니……." 교위 이현이 말했다. 그는 천호 대대에 본래 포함되어 있지 않은 병종인 용호군 제 3포병대를 통솔하는 중으로, 휘하 병사들의 실력에도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 방안도 시도해 봐야겠군. 그 동안은 백성들이 놀랄까봐 사용하지 않았으나 본래 군에 포병을 포함시킨 ...
귀신이 나오는 마을 주민들은 밤이면 관에서 천막을 쳐서 만들어 놓은 대피소에서 지낸다고 했다. 사람들이 마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다 지켜보고 뒤를 따를 때쯤에는 제법 주변이 어슷해져 있어서, 해가 빨리 저묾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피소 가운데에는 큰 솥을 여러 개 걸어 놓은 불이 타올랐고 사람들이 왁자하게 모여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어 먹고 있었...
· 돌아온 화인입니다! 다시 한번 시작하는 동양 판타지 대 모험(?!), 즐겨주세요! XD '…어스름이 질 때쯤이면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마을이 사람 살지 않는 스산한 곳이 되는 밤이면 흰 안개가 물처럼 몰려와 황무지 한가운데 있던 마을도 운해(雲海)에 잠겨 집들이 표류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됩니다. 그로부터 귀신들이 몰려와 밤새 시...
"5분만에 사람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 소설은 처음이다." "B급, 닌자, 그런데 정통 그리스 비극인." "닌자가 없어도 훌륭한 그리스 비극인데 닌자가 사람들을 몰살시키지만 여전히 명백한 그리스 비극이고 닌자가 나옴으로서 더욱 흥미로운 어이없는 걸물." ☆☆☆☆☆ "그런데 갑자기 닌자가 나타났다" 밈에서 시작한, '닌자가 난입하여 인물을 몰살' 하는 장면...
그렇다 한 가지는 밖으로 가는 길 나무껍질 벗기는 소리가 유독 선명한 순간 누가 시험에 들고 나는 숨을 고른다 사기그릇 깨지는 소리처럼 몸에 피가 도는 소리가 찬 날 그렇다 하나는 내 안의 길 창 밖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구호를 외칠 때 달걀과 밥과 남은 채소들 정리하지 않은 이삿짐 속에서 먹기 누가 부조리에 맞서고 나는 밥을 먹는다. 유...
· 〈태자비를 찾아라〉 이번 화로 에피소드 엔드입니다! 항상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내주에 또 다음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uu)* 영녕은 신정전 앞에서 반 시진을 기다렸다. 본래 조회 후에 황제와 독대하여 처리할 정무가 있는 신료들이 드나드는 시간이었고, 영녕은 손에 상주(上奏)를 들고 상궁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 신정전을 드나드는 인물들의 면면을 지켜보았...
예진은 잘 뜨이지 않는 눈꺼풀로 창 너머에서 맴도는 빛무리를 쳐다보았다. 해가 나선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옥 안에 볕이 들고 있었다. 장형사에는 이제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사를 받은 호부의 관리들은 상서께서 명하신 일이라고 이미 양춘만의 혐의를 모두 자백하고 풀려났으며,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하던 허계림도 며칠 전에 무사한 ...
금자희가 발견되었던 창고가 호부 관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이 커졌다. 어찌되었건 호부상서의 딸인 양예진은 오기숙이 말했던 대로 금자희가 없는 경우 유력한 태자비 후보였으며, 문초를 이어가자 궁녀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양 소저가 태자비가 되면 하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형부로 끌려온 양예진은 서운이 보았던 것과 같은, 간택 때와는 딴판인 맑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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