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이 금위로 향하면 어느새 날은 깊어 횃불을 들어야 할 만큼 어두워져 있었다. "태자비 간택의 실종사건에 관한 것이다. 소대는 각기 조를 이루어 위(尉)*를 따르도록." 금자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내궁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전각의 광이거나, 외궁으로 나가는 지점에 있는 몇몇 창고들이었다. 서운이 병사들을 이끌고 건물 문을 하나씩 열어 확인하는 ...
천은하는 첫눈에 보기에도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서운이 찾아오자 더욱 놀라면서 뒷걸음질치기까지 했다. 파랗게 질린 얼굴 때문에 화사하게 단장했던 붉은 곱슬머리마저 눈에 띄지 않을 지경이었다. "사,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온통 주위는 뒤숭숭하기만 하고, …… 자희 언니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다가 다들 제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고 있으니 어찌 ...
"야단났습니다." 영녕, 해연, 그리고 상아 앞에서 서서운은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오늘이면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세 사람도 일동 서운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그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서운은 금자희 실종 사건이 일어난 어제 간택일 내내 황궁을 쏘다니며 일했다. "대체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어디로 가 있는 것인지 좀 아시는 ...
코멘트 : 드디어 등장한 태자비 이야기. (^^) 3황녀는 은거한다는 것치고는 황궁 내 사정에 정통하고 소식도 그리 늦지 않았다. "문안을 갈 때라거나 종종 같이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내 앞에서 특별히 말을 가리지 않거든요. 아마 병약하고 얌전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겠지요. 물론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재미있는 부분이 지나가면 얼른 자리를 뜰 ...
"언니, 자주 보러 오면 되잖아요." "제가 자주 보러 오겠습니다." "또 그때 겨울처럼 대장군저로 내려와서 사셔도 돼요." 그러고 겨우내 일영이 융롱을 놓아 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융롱이 일영을 달랬다. 사람에도 일에도 담백한 서융롱이 어쩔 줄 모르는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면서 주변을 맴돌고 이런저런 말을 꺼내놓는 모양이, 스스로도 어째서인지...
코멘트 : 제가 분량을 천 자나 오버해 버린 이유는……. 천자를 알현하는 일은 태자나 공주를 만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들을 부른 황제의 의중부터 시작해 말 한 마디 잘못하여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영녕도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 그리고 두 해 전 융롱을 데려가겠다는 자신의 요청에 대해 칼을 무던하게 보관할 칼...
은완궁은 너른 마루와 대청이 있는 건물이었다. 3황녀는 그들을 지필묵이 있는 사랑으로 데려가더니 여전히 수어를 사용해 궁녀를 통하여 말했다. "나는 8세 때 태자의 독수에 당해 지금과 같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지요." 황녀의 표정은 평온했으나 이번에는 영녕군주 쪽에서 놀랄 차례였다. 그렇다면 태자와 3황녀는 서로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그들은 소...
해연은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는 편이었다. 영녕을 선택한다, 선택하지 않는다는 결정부터, '황궁에 믿을 수 있는 친한 사람을 만들라' 까지. 세상 천지에서 믿을 수 있는 친한 사람을 만들기에 황궁만큼 어려운 곳도 없을 것이다. 해연은 그것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고, 그로부터 일영은 이 과제에 골몰하게 되었다. 궁에서 누구와 친할 수 있을까. 지금 영녕이 알...
코멘트 : 신것을 못 먹는 영녕군주 (귀여워) 울우계화 본가는 황궁에서 지척에 있었다. 북쪽, 하늘을 찢을 듯 날카로이 솟았던 수미산 산자락이 구름 아래로 내려오면서 나긋나긋한 선으로 변하고, 잎이 넓은 살구나무와 계수나무가 향나무와 번갈아 나타나는 지점쯤이었다. 우거진 숲 지대로 일영과 융롱이 들어섰다. "이런 곳이 있었군요." 융롱은 처음 본다는 듯 두...
작업 BGM · 도화전설, 이번 화로 챕터 엔드입니다! 실제 계절에 맞추어 장면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단풍이 지는 시절에 이 대목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 "그대들도 기억할 것이다. 단호가 새롭게 핀 복사꽃으로 붉게 물들고 하늘 또한 선계의 빛으로 밝아질 때, 신선들이 피리를 불며 구름과 같이 내려와 신선이 될 우리 후예들을 맞이한다 했다. 지금...
"군주!" 융롱이 입이 떡 벌어진 채 영녕을 바라보았다. 영녕은 차갑게 느껴질 만큼 침착한 얼굴로 융롱을 마주했다. "묻겠는데, 지금 이설은을 상대하기를 넘어 무력화하여 황도까지 압송하는 일이 가능하겠느냐?" "그것은……." 융롱도 알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자를 상대하는 것은 융롱도 처음이었다. "본래는 기동력이 좋은 병사들을 데리고 화약고를 확인하고, ...
국서의 밀사들은 녹서(祿曙)와 의령(意令)이라는 이름으로, 먼저는 일행과 같이 믿을 수 있는 여관을 찾아 방을 잡았다. 녹서는 본래 자령국의 금위군 소속이었다고 하고, 의령은 문관이었는데 신하들도 하나둘씩 등청하는 이가 없어지는 즈음에 내궁에서 몰래 빠져나온 국서가 붙잡아 부탁을 하면서 지금과 같은 관계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자령국에 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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