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시지프스가 말했다 : 

오 하데스, 제우스여, 

명계와 천상의 신들이여,

그대들이 나에게 내린 벌은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이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리고 

힘들 때는 밀어서 버티는 동안

나의 근육은 산비탈의 모래처럼 녹아 내리고

측량할 길 없는 시간을 홀쭉해진 몸으로써 헤아리게 되었네

코린토스의 왕이자

백성들을 누구보다 사랑하여 마르지 않는 샘을 구했던 내가 

단지 그대들의 체면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끝없는 고통의 바닥에서 몸을 소모해야 하다니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제우스는 당황했다, 

일찍이 신의 벌을 받은 자가

목소리를 가진 적은 없었으므로.

신화 속 영웅들은 신의 도움을 받고

노여움을 산 죄인은 응보를 받을 뿐

그 누가 이오의, 메두사의

목소리를 들었는가?


여기 펜끝을 가진 내가 그에게 말차례를 주니

신전은 법정이 되고

운명은 성실한 질의의 장에 선다.

원고는 우리들― 언젠가 죽을 자

그로부터 신의 처분은 이제껏 

마주친 적 없던 죄수의 입장에서 설명되고 납득되어야 했다.


우리 몸은 모래처럼 시간이라는 파도에 닳고

마음 또한 삶에서 소모되는 식량으로

조금씩 까서 삼킬 수밖에 없었네

신이여, 삶은 가혹하고

나는 하늘 없는 공간의 딸

절벽을 걷는 뒤꿈치마다 짚불이 연기로서 족적을 만든다


추운 바람이 불면 털 있는 짐승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떠는 것끼리 안고 잔다,

우리가 바꾸는 열이 세계를 소진하여

신들조차 회색 영원에 가둘 것임을 안다

재로 된 인간들

삶의 부산(副産)을 지휘하는 손끝에서 권태의 먼지가 풀풀 날리고

여기 내 땅 

현대의 코린토스도 

뭇 사람의 팔다리가 부서진 

재가 퇴적한 바위산


우체부도, 바위를 굴려 올린 내 선조도

자전거 바퀴가, 맨 발꿈치가

옷소매끼리, 무쇠 국자가 솥에 닳으니

그러하다 세계는 측량할 길 없는 것

헬리오스는 죽어가고 우리들만 주로 사는 것


생이여 생은 가혹하고

그러나 내가 시지프스를 말하게 했듯

수줍은 태양이 지평선으로 떠오르면 나는 그에게 속삭인다,

아직 우리를 비추어도 된다고


나의 코린토스는 바다 위에 우뚝 서 있고

영원한 해역의 푸른 바람이

발밑 국화를 흩뜨린다.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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